악귀 사냥 웹툰에 가족과 팀워크를 더하다: 〈경이로운 소문〉이 히어로물이 된 법
악귀 사냥 웹툰에 가족과 팀워크를 더하다: 〈경이로운 소문〉이 히어로물이 된 법
악귀를 찾아내고, 초능력으로 맞서 싸우고, 사후세계의 질서를 지킨다. 설정만 놓고 보면 〈경이로운 소문〉은 전형적인 퇴마 액션이나 판타지 배틀물에 가까워 보입니다.
하지만 장이 작가의 웹툰 〈경이로운 소문〉이 보여주는 힘은 단순히 ‘누가 더 강한가’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작품의 중심에는 부모를 잃은 소문과 서로 다른 상처를 가진 카운터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혼자 완성된 영웅이 아니라 함께 싸우고, 서로를 보호하고, 결국 가족과 비슷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영웅들입니다.
원작자 역시 작품을 설명하면서 가족과 인간애를 중요한 중심축으로 언급했습니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장이 작가는 작품을 한국적이면서 가족과 인간애가 중심에 있는 이야기로 구상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경이로운 소문〉은 어떻게 ‘악귀 사냥’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자신만의 히어로물로 바꿨을까요?
악귀를 잡지만 이야기의 출발점은 ‘가족’이다
〈경이로운 소문〉의 주인공 소문에게 카운터가 되는 일은 처음부터 거창한 영웅의 사명으로 시작되지 않습니다.
소문은 어린 시절 사고로 부모를 잃은 인물입니다. 그런 소문에게 죽은 자와 산 자의 세계를 연결하는 카운터의 세계는 단순한 초능력의 세계가 아닙니다. 부모의 죽음과 자신의 상처를 다시 마주하게 만드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장이 작가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카운터라는 소재가 가족과 이웃이라는 단순한 출발점에서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소문이 힘든 사건을 견디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에서 감정적 교감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설정은 작품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보통 히어로의 기원은 특별한 능력을 얻는 순간에 집중됩니다. 그러나 소문에게 중요한 것은 힘 자체보다 그 힘을 통해 누구와 연결되는가입니다.
부모를 잃은 소문은 카운터가 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리고 생판 남이었던 이들과 함께 싸우는 과정에서 또 다른 형태의 가족을 갖게 됩니다.
〈경이로운 소문〉에서 초능력은 영웅을 완성하는 조건이라기보다, 상처 입은 사람들이 서로를 만나게 만드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카운터는 ‘한 명의 슈퍼히어로’가 아니라 팀이다
〈경이로운 소문〉의 또 다른 특징은 전투 구조입니다.
소문에게 강력한 능력이 있지만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하도록 설계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카운터들은 저마다 역할과 능력이 다릅니다.
인물팀에서 두드러지는 역할
| 소문 | 성장하는 중심 인물이자 강력한 전투력 |
| 가모탁 | 힘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투의 중심 |
| 도하나 | 악귀 감지와 기억을 통한 추적 |
| 추매옥 | 치유와 팀을 돌보는 역할 |
| 최장물 | 카운터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조력자 |
이렇게 능력을 나눠 놓으면 자연스럽게 협력이 전투의 조건이 됩니다.
적의 위치를 찾는 것부터 추적하고 제압하며 부상자를 회복시키는 과정까지 서로의 능력이 연결됩니다. 한 명이 모든 능력을 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강한 주인공이 나타나 적을 쓰러뜨린다’는 단순한 공식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장이 작가 역시 인터뷰에서 여러 카운터가 서로 도우며 악귀를 물리치는 구조를 강조했습니다.
팀워크는 액션에도 중요한 효과를 냅니다. 독자는 ‘소문이 얼마나 강해질까’뿐 아니라 이번 위기를 카운터들이 어떻게 함께 해결할까를 보게 됩니다.
국숫집은 히어로의 비밀기지이자 집이다
작품에서 흥미로운 공간 중 하나가 카운터들의 국숫집입니다.
슈퍼히어로에게 비밀기지가 있다면 카운터에게는 국숫집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공간의 의미는 단순한 작전본부에 그치지 않습니다.
싸움을 마치고 돌아와 음식을 먹고,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상태를 살피는 일상의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드라마판 역시 공식 소개 단계에서 카운터들이 국숫집 직원으로 위장해 악귀를 잡는 ‘휴먼 히어로물’이라는 성격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이 설정은 〈경이로운 소문〉의 히어로가 어디에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높은 빌딩의 비밀 연구소도, 첨단 장비가 가득한 기지도 아닙니다. 사람들이 밥을 먹으러 오는 평범한 동네 가게입니다.
비범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평범한 일상의 공간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 이것이 작품의 인간적인 분위기를 강화합니다.
소문은 완성형 영웅이 아니라 성장하는 영웅이다
소문의 매력도 여기에서 나옵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고 흔들리지 않는 완성형 히어로가 아닙니다. 소문은 상처받고, 분노하고, 울기도 합니다.
장이 작가는 소문을 두고 자신 역시 눈물이 많다면서, 마음 여린 소문이 견디기 어려운 사건을 만났을 때 눈물을 흘리는 과정 자체가 다시 일어나는 힘과 연결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소문의 성장은 단순한 전투력 상승으로만 볼 수 없습니다.
힘이 커지는 과정과 사람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이 함께 진행됩니다.
악귀와 싸울 수 있는 능력을 얻는 것보다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지 배우는 것이 중요하고, 혼자 해결하려 하기보다 다른 카운터와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소문은 ‘선택받았기 때문에 영웅인 사람’에서 점차 누군가를 지키는 선택을 하기 때문에 영웅인 사람으로 이동합니다.
가족은 혈연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 확장된다
〈경이로운 소문〉에서 가족이라는 주제를 부모와 자식의 이야기만으로 보면 작품의 절반만 읽는 셈입니다.
소문에게 부모에 대한 그리움은 분명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가족의 의미는 넓어집니다.
카운터들은 혈연으로 묶이지 않았습니다. 나이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며 각자 살아온 삶도 다릅니다. 그런데 함께 밥을 먹고, 싸우고, 다친 사람을 치료하고, 위험에 빠진 동료를 구합니다.
원작자는 드라마화 과정에 관한 인터뷰에서도 원작 캐릭터들을 애초에 끈끈한 가족 같은 느낌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 가족은 두 층으로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소문이 잃어버린 혈연 가족
- 카운터 활동을 통해 새롭게 형성되는 선택된 가족
첫 번째 가족에 대한 상실이 두 번째 가족과의 만남으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이 점 때문에 부모의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는 단순히 주인공에게 복수의 동기를 부여하는 장치로 끝나지 않습니다. 소문이 다른 사람의 상실과 고통을 이해하게 만드는 감정적 토대가 됩니다.
악귀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을 구하는 일’
악귀 사냥이라는 장르적 장치는 명확한 선악 대결을 만들기 좋습니다.
그러나 〈경이로운 소문〉이 계속 관심을 두는 것은 악귀를 얼마나 화려하게 쓰러뜨리는가만이 아닙니다. 악귀와 인간의 관계, 피해를 입은 사람들, 남겨진 가족과 동료들의 감정이 함께 움직입니다.
장이 작가는 웹툰가이드 인터뷰에서 시즌2의 한 장면과 관련해, 소문이 마주석에게 가족들을 보여주려 한 이유가 자신 역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맞다고 확인했습니다.
이 대목은 작품이 사용하는 ‘강함’의 의미를 잘 보여줍니다.
상대를 압도하는 힘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상실을 이해하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경이로운 소문〉의 전투는 육체적 싸움과 감정적 구원의 이야기가 자주 겹칩니다.
한국형 히어로물로 읽히는 이유
〈경이로운 소문〉에는 익숙한 슈퍼히어로 장르의 요소가 여럿 있습니다.
초능력, 비밀스러운 임무, 강력한 적, 능력의 성장, 팀 단위 전투, 정체를 감춘 일상생활이 대표적입니다. 실제 드라마판 역시 방영 당시 ‘악귀타파 히어로물’, ‘휴먼 히어로물’이라는 표현으로 소개됐습니다.
하지만 이 요소들을 연결하는 방식은 조금 다릅니다.
일반적인 히어로물의 요소〈경이로운 소문〉의 변주
| 비밀기지 | 동네 국숫집 |
| 초능력자 | 각자의 상처를 가진 카운터 |
| 영웅의 성장 | 능력과 인간관계가 함께 성장 |
| 히어로 팀 | 가족과 비슷한 공동체 |
| 강력한 빌런 | 악귀와 인간의 욕망이 결합 |
| 세계를 지키는 임무 | 주변 사람의 삶을 지키는 문제와 연결 |
특히 거대한 세계를 구한다는 추상적인 사명보다 가족, 친구, 동료, 이웃처럼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지키는 이야기가 앞에 놓입니다.
장이 작가가 작품의 출발점으로 가족과 이웃을 언급했다는 사실과 맞닿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의 히어로성은 초능력의 크기보다 관계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혼자 강한 사람’보다 ‘함께 일어나는 사람들’
〈경이로운 소문〉을 단순한 악귀 퇴치 웹툰으로만 설명하면 작품의 특징을 충분히 담기 어렵습니다.
악귀 사냥은 이야기를 움직이는 강력한 엔진이지만, 그 안에 가족의 상실과 회복, 동료와의 연대, 서로 다른 능력의 협업이 들어가면서 작품은 휴먼 히어로물의 성격을 갖게 됩니다.
소문이 특별한 이유도 혼자 가장 강해서만은 아닙니다. 상처가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상처를 알아보고, 혼자 싸우던 사람들이 한 팀이 되어 서로를 살립니다.
결국 〈경이로운 소문〉이 보여주는 영웅의 조건은 의외로 일상적입니다.
쓰러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쓰러진 뒤 함께 일어날 사람이 있는 것.
악귀와 초능력이 작품의 판타지를 만든다면, 가족과 팀워크는 그 판타지를 독자의 현실 가까이 끌어옵니다. 바로 그 결합이 〈경이로운 소문〉을 단순한 퇴마 액션에서 사람과 관계를 중심에 둔 한국형 팀 히어로물로 확장시킨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