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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의 잔혹한 실험은 현실 예능이 될 수 있었나: 유튜브 〈머니게임〉

1inlife 2026. 8. 2. 15:50

웹툰의 잔혹한 실험은 현실 예능이 될 수 있었나: 유튜브 〈머니게임〉

배진수 작가의 웹툰 〈머니게임〉은 인간을 극단적인 조건에 가둔 뒤 돈, 생존, 신뢰가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관찰하는 이야기입니다. 유튜버 진용진이 이를 실제 참가자가 등장하는 웹예능으로 옮겼을 때 가장 큰 관심도 여기에 쏠렸습니다.

웹툰 속 잔혹한 게임을 현실에서도 실행할 수 있을까?

답은 가능하지만, 원작 그대로는 불가능하다에 가깝습니다. 실제 사람을 출연시키는 순간 제작진에게는 안전과 건강, 중도 퇴소, 공정한 규칙 운영에 대한 책임이 생깁니다. 이러한 안전장치가 작동하면 원작의 폐쇄적인 실험 조건은 깨지고, 반대로 원작에 충실하려고 개입을 줄이면 참가자 보호 문제가 커집니다.

유튜브 〈머니게임〉은 이 모순을 해결한 작품이라기보다, 그 모순이 얼마나 쉽게 촬영장 밖으로 번지는지를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원작 〈머니게임〉의 실험은 왜 잔혹했나

네이버웹툰에서 2018년 11월 연재를 시작한 원작은 여덟 명이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100일을 버티는 게임입니다. 시작 상금은 448억 원이며, 공간 안에서 구매하는 물건에는 현실 가격의 1,000배가 적용됩니다. 참가자들이 쓴 돈은 공동 상금에서 차감되고, 게임이 끝났을 때 남은 돈을 생존자들이 나눠 갖습니다.

표면적인 목표는 단순합니다.

최대한 적게 소비하고 100일 동안 함께 버티면 모두가 큰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구조에서는 한 사람의 소비가 다른 사람의 상금을 줄입니다. 음식이나 약처럼 생존에 필요한 지출조차 공동체 전체에는 손실로 기록됩니다. 개인에게 합리적인 행동이 집단에는 이기적인 행동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입니다.

원작이 다루는 핵심은 절약 방법이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입니다.

  • 생존에 필요한 소비의 한도는 누가 정하는가
  • 공동의 돈을 관리할 권한은 누구에게 있는가
  • 규칙이 부족한 공간에서는 힘과 다수결 중 무엇이 질서를 만드는가
  • 타인을 믿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에서 협력은 가능한가

따라서 원작의 잔혹함은 폭력적인 장면보다 모든 인간관계를 돈으로 환산하는 규칙에서 나옵니다. 누군가 아프거나 약해지는 순간에도 참가자들은 먼저 그 사람의 고통이 아니라 지출될 금액을 계산하게 됩니다.

유튜브판은 원작을 어떻게 현실에 맞게 축소했나

유튜브판 〈머니게임〉은 2021년 4월 24일 첫 회가 공개됐습니다. 참가자는 여덟 명, 촬영 기간은 14일이었으며 시작 상금은 4억 8,104만 원이었습니다. 적용 물가는 원작의 1,000배에서 100배로 낮아졌습니다. 제작 영상에는 네이버웹툰의 허가를 받아 진행한 콘텐츠라는 점도 명시됐습니다.

비교 항목웹툰 원작유튜브 웹예능

참가자 가상의 인물 8명 실제 참가자 8명
게임 기간 100일 14일
시작 상금 448억 원 4억 8,104만 원
적용 물가 현실의 1,000배 현실의 100배
결과를 만드는 요소 작가가 설계한 서사 참가자의 행동, 제작진 운영, 편집
안전 책임 이야기 내부의 설정 제작진이 실제로 부담
게임 이후 작품이 끝나면 서사 종료 개인 방송과 SNS에서 논란 지속

기간과 물가를 줄인 것은 단순한 제작비 절감이 아닙니다. 실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위험을 낮추면서도, 짧은 시간 안에 갈등이 발생하도록 압축한 장치였습니다.

유튜브판에서는 구매 내역을 다른 참가자에게 숨길 수 있었고, 거짓말과 절도가 허용됐습니다. 후반부에는 투표를 통해 참가자를 퇴소시킬 수 있는 규칙도 적용됐습니다. 공동 상금을 지키려면 협력해야 하지만 더 많은 상금을 받으려면 경쟁자를 줄여야 하는 구조였습니다.

이러한 변형 덕분에 〈머니게임〉은 현실 예능으로 제작될 수 있었습니다. 다만 현실화와 동시에 프로그램의 성격도 달라졌습니다.

〈머니게임〉은 사회실험이 아니라 규칙형 리얼리티였다

〈머니게임〉을 흔히 ‘인간 본성을 보여주는 사회실험’이라고 부르지만, 과학적인 의미의 실험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표성을 갖춘 참가자를 무작위로 선발한 것도 아니고, 비교할 통제집단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촬영되는 상황을 알고 있는 방송인들이 상금뿐 아니라 자신의 이미지와 향후 활동까지 고려하며 행동했습니다. 제작진의 규칙 설명, 공간 배치, 카메라, 편집도 참가자의 행동과 시청자의 판단에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프로그램에서 나타난 행동을 보고 “인간은 원래 이기적이다” 또는 “특정 집단은 원래 저렇게 행동한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더 정확한 표현은 규칙형 리얼리티 예능입니다.

제작진이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환경을 설계하고, 참가자들이 그 안에서 선택하며, 편집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형식입니다. 프로그램이 보여준 것은 보편적인 인간 본성이라기보다 다음 요소가 결합된 결과였습니다.

상금에 대한 욕망 + 제한된 자원 + 불완전한 규칙 + 촬영에 대한 인식 + 참가자별 방송 전략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참가자의 행동을 평가하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사회실험으로 받아들이면 한 장면이 인간성의 증거처럼 보이지만, 예능으로 보면 그 장면이 만들어진 조건과 편집 과정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현실화에 성공한 부분: 돈을 관계의 언어로 만들었다

유튜브 〈머니게임〉의 가장 효과적인 장치는 누군가의 소비가 모든 사람의 손실이 되는 구조를 시각화한 것입니다.

평범한 생수나 음식도 100배 가격으로 계산되면서 생활용품 하나가 갈등의 원인이 됩니다. 시청자는 참가자보다 구매 내역을 더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참가자들이 서로 의심하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 구조에서는 사소한 행동도 서사가 됩니다.

  • 공동 구매에 참여하는 행동은 협력으로 해석됩니다.
  • 개인적으로 물건을 사는 행동은 배신으로 의심받습니다.
  • 지출 내역을 숨기면 심리전이 시작됩니다.
  • 규칙 해석을 선점한 참가자는 집단의 권력을 얻습니다.
  • 절약을 강요하는 사람도 상황에 따라 독재자로 변할 수 있습니다.

〈머니게임〉은 대규모 장치나 복잡한 미션 없이도 돈의 흐름만으로 관계가 변하는 과정을 보여줬습니다. 2021년 8월 포브스코리아는 본편과 관련 영상을 포함한 16편의 평균 조회 수가 약 700만 회, 누적 조회 수가 약 5,500만 회에 이르렀다고 보도했습니다. 당시 유튜브 웹예능으로서는 매우 큰 화제성을 확보한 사례였습니다.

흥행만 놓고 보면 웹툰의 핵심 아이디어가 현실 예능에서도 작동한 셈입니다.

무너진 부분: 안전을 위한 개입이 게임의 공정성을 흔들었다

현실 리얼리티에는 원작에 없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촬영을 중단하거나 규칙을 수정할 권한을 가진 제작진입니다.

참가자 사이에 극심한 갈등이나 부상이 발생하면 제작진은 개입해야 합니다. 그러나 개입하는 순간 참가자와 시청자는 새로운 질문을 갖게 됩니다.

  • 제작진은 누구에게 어떤 정보를 제공했는가
  • 모든 참가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했는가
  • 중도 퇴소와 재참가 과정은 규칙에 포함돼 있었는가
  • 촬영되지 않거나 편집된 장면이 결과에 영향을 주었는가
  • 안전을 위한 개입과 특정 참가자를 돕는 개입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실제 방영 과정에서는 일부 참가자의 집단 퇴소와 게임 재개, 상금 분배 합의 등을 둘러싼 논란이 발생했습니다. 종영 이후에는 참가자들이 각자의 방송과 SNS에서 서로 다른 설명과 녹취, 메시지를 공개하면서 논쟁이 프로그램 밖으로 확장됐습니다.

한 참가자는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촬영 중 부상에 대한 조치와 제작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해당 참가자의 주장이며 독립적으로 확정된 사실과는 구분해야 하지만, 실제 사람을 극한 상황에 배치하는 콘텐츠에서 의료 대응과 제작진 개입 기준을 사전에 명확히 해야 한다는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여기서 〈머니게임〉의 근본적인 역설이 나타납니다.

제작진이 개입하지 않으면 참가자의 안전이 위험해지고, 개입하면 게임의 공정성과 리얼리티가 의심받습니다.

원작은 작가가 모든 결과를 통제하는 허구이므로 이 모순을 피할 수 있습니다. 현실 예능은 피할 수 없습니다.

카메라가 꺼진 뒤에도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웹툰의 인물은 마지막 화가 끝나면 작품 속에 남습니다. 그러나 실제 참가자는 방송 이후에도 자신의 이름과 얼굴로 살아가야 합니다.

〈머니게임〉 참가자 대부분은 유튜브나 인터넷 방송에서 활동하던 인물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본편에서 시작된 갈등은 각자의 채널과 다른 방송인의 콘텐츠로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상금 분배, 퇴소 과정, 제작진 개입을 설명하는 후속 영상이 계속 만들어졌고, 시청자들은 서로 다른 주장과 일부 자료를 조합해 참가자를 심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본편은 사실상 완결되지 않았습니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여러 참가자의 채널로 분산된 확장형 서사가 됐습니다.

제작사에는 높은 화제성을 안겨줬지만 참가자에게는 장기간의 평판 위험을 남겼습니다. 방영 초반부터 특정 참가자를 향한 과도한 비난과 악성 댓글을 우려하는 보도가 나왔고, 종영 후에도 참가자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원작의 잔혹함은 밀폐된 공간 안에서 끝났지만, 현실판의 잔혹함은 댓글과 개인 방송, 검색 결과로 이동한 셈입니다.

원작의 잔혹함을 그대로 재현할수록 좋은 예능이 될까

그렇지 않습니다. 원작에 충실하다는 이유로 실제 참가자를 더 오래 고립시키거나, 의료적 개입을 늦추거나, 중도 퇴소에 불이익을 줄 수는 없습니다.

현실 예능에서 완성도는 원작의 위험을 얼마나 정확히 복제했는지가 아니라, 위험한 설정을 안전하고 공정한 규칙으로 얼마나 잘 번역했는가로 평가해야 합니다.

원작 재현을 강화할 때참가자 보호를 강화할 때

갈등과 긴장감이 커질 수 있음 중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음
예상하지 못한 행동이 나올 가능성 증가 제작진 개입 기준이 명확해짐
신체·정신적 피해 위험 증가 원작의 폐쇄성과 잔혹함은 약해짐
제작진의 윤리적 책임 확대 ‘완전한 리얼리티’라는 환상은 깨짐

좋은 실사화는 이 둘 중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안전장치까지 게임 설계에 포함하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다시 제작한다면 필요한 다섯 가지 원칙

1. 안전 규칙을 게임 규칙보다 위에 둬야 한다

폭력, 부상, 수면 부족, 식사 문제, 정신적 위기처럼 즉시 개입해야 하는 조건을 사전에 공개해야 합니다. 안전을 위한 중단은 특혜가 아니라 모든 참가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상위 규칙이어야 합니다.

2. 제작진과 분리된 의료·심리 담당자가 필요하다

방송의 재미와 참가자의 건강이 충돌할 때 콘텐츠 제작자가 최종 판단을 맡으면 이해관계가 생깁니다. 촬영을 중단시킬 권한을 가진 독립적인 담당자가 있어야 합니다.

3. 퇴소와 재참가 조건을 미리 정해야 한다

자진 퇴소자가 일정 인원을 넘었을 때 게임을 종료할지, 대체 참가자를 투입할지, 재참가를 허용할지 명시해야 합니다. 촬영 도중 협상으로 결정하면 어떤 선택도 특혜 의혹에서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4. 규칙 변경과 제작진 개입을 시청자에게 공개해야 한다

모든 원본 영상을 공개할 필요는 없지만, 결과에 영향을 준 규칙 변경이나 협상은 설명해야 합니다. 리얼리티 예능에서 신뢰는 아무런 개입도 하지 않는 데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개입을 왜 했는지 투명하게 밝히는 데서 생깁니다.

5. 종영 이후까지 참가자를 보호해야 한다

방송 전 악성 댓글 대응 절차, 위기 상담, 법률 지원 범위, 후속 인터뷰 원칙을 정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참가자는 한 회의 등장인물이 아니라 방송 후에도 사회생활을 계속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웹툰의 실험은 현실 예능이 될 수 있었나

유튜브 〈머니게임〉은 웹툰의 핵심 구조가 현실 예능에서도 강력하게 작동한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한정된 공동 자금, 비공개 소비, 고립된 공간만으로 협력과 불신, 연합과 배신을 만들어냈습니다. 2021년에는 웹툰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대표적인 웹예능 사례로도 주목받았습니다.

하지만 원작의 실험을 그대로 현실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사람에게는 퇴소할 권리가 있고, 제작진에게는 개입할 의무가 있으며, 방송 이후에는 시청자의 평가와 온라인 공격이 남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머니게임〉이 보여준 가장 중요한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허구에서는 규칙이 인간을 끝까지 몰아붙일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규칙을 만든 사람이 그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

웹툰의 잔혹한 실험은 현실 예능이 될 수 있었습니다. 다만 현실이 되는 순간 그것은 순수한 실험이 아니라, 제작진의 판단과 편집, 참가자 보호, 시청자의 반응까지 포함하는 거대한 미디어 사건으로 변했습니다.

〈머니게임〉의 진짜 승부는 상금을 누가 가져갔는지가 아니었습니다. 자극적인 설정과 실제 사람의 존엄 사이에 어디까지 선을 그을 수 있는가가 더 오래 남은 질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