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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러 번의 죽음을 하나의 삶으로 묶다: 〈이재, 곧 죽습니다〉가 웹툰의 구조를 옮긴 법

by memo35371 2026. 8. 23.

여러 번의 죽음을 하나의 삶으로 묶다: 〈이재, 곧 죽습니다〉가 웹툰의 구조를 옮긴 법

〈이재, 곧 죽습니다〉의 원작은 이원식 작가가 글을 쓰고 꿀찬 작가가 그림을 맡은 네이버 웹툰 〈이제 곧 죽습니다〉입니다. 원작의 핵심 설정은 단순하면서 강렬합니다. 삶을 스스로 끝낸 최이재가 ‘죽음’을 만난 뒤 서로 다른 사람의 몸으로 여러 번의 죽음을 경험한다는 것입니다.

이 설정은 웹툰에서 특히 효과적입니다. 새로운 몸에 들어갈 때마다 새로운 인물과 사연, 죽음의 조건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네이버 웹툰은 총 66화로 완결됐으며, 작품 소개 역시 “죽음과 함께 시작된 13번의 새로운 삶”을 핵심으로 내세웁니다. 네이버 웹툰 작품 정보

그런데 8부작 드라마로 옮기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매번 새로운 삶을 독립적인 에피소드처럼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하나의 장편 드라마를 끌고 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재, 곧 죽습니다〉의 각색에서 주목할 부분은 웹툰의 ‘반복’을 없앤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삶 사이의 연결을 강화했다는 점입니다.

웹툰이 여러 삶을 차례로 통과하는 구조라면, 드라마는 그 여러 삶이 결국 하나의 사건과 하나의 감정선으로 수렴하도록 재배열합니다.

원작의 핵심은 ‘다음에는 누구로 태어날까’에 있다

원작 웹툰에서 최이재는 죽은 뒤 끝을 맞는 대신 새로운 조건을 부여받습니다. 다른 사람의 몸에서 죽음을 맞아야 하고, 예정된 죽음을 피한다면 그 사람의 남은 삶을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영문 WEBTOON 공식 소개 역시 이재가 죽음을 가볍게 여긴 대가로 13개의 다른 삶에서 반복적으로 죽음을 경험하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WEBTOON 〈Death's Game〉 공식 페이지

이 설정에는 자연스럽게 반복 공식이 생깁니다.

  1. 이재가 새로운 몸에서 깨어납니다.
  2. 그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합니다.
  3. 곧 닥칠 죽음의 원인을 알아냅니다.
  4. 살아남기 위해 행동합니다.
  5. 성공하거나 다시 죽음을 맞습니다.
  6. 다음 삶으로 넘어갑니다.

같은 규칙을 반복하지만 몸의 주인이 달라지므로 장르까지 바뀔 수 있습니다. 어떤 삶에서는 재벌가의 문제가 중요하고, 다른 삶에서는 범죄나 학교폭력, 가족 문제가 전면에 나올 수 있습니다.

최이재라는 한 명의 주인공을 유지하면서 매번 새로운 이야기의 첫 회를 시작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웹툰에서는 이것이 강점입니다. 독자는 한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자연스럽게 “다음 삶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갖게 됩니다.

드라마는 왜 같은 방식을 그대로 쓰지 않았을까

영상에서도 여러 배우가 한 사람의 삶을 연기한다는 발상 자체는 매력적입니다. 실제 드라마에는 최시원, 성훈, 김강훈, 장승조, 이재욱, 이도현, 김재욱, 오정세 등 여러 배우가 이재가 들어가는 서로 다른 인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웹툰의 에피소드 구조를 그대로 영상화하면 부작용도 생깁니다.

새로운 몸으로 넘어갈 때마다 시청자는 새로운 인물의 직업과 인간관계, 위험을 다시 이해해야 합니다. 앞선 에피소드에서 형성한 조연과의 관계도 쉽게 끊깁니다. 반복이 계속될수록 개별 에피소드는 재미있지만 전체 드라마가 하나의 이야기라기보다 단편집처럼 느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이재, 곧 죽습니다〉는 8부작입니다. 공개 역시 2023년 12월 15일 파트1 4편, 2024년 1월 5일 파트2 4편으로 구성됐습니다.

따라서 드라마에는 “이번에는 어떻게 죽는가”뿐 아니라 왜 이 모든 죽음을 끝까지 봐야 하는가라는 장기적인 동력이 필요했습니다.

13번의 새로운 삶에서 12번의 죽음으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부터 숫자입니다.

구분원작 웹툰드라마

제목 이제 곧 죽습니다 이재, 곧 죽습니다
기본 형식 66화 웹툰 8부작 드라마
핵심 설정 13번의 새로운 삶 12번의 죽음과 삶
전개의 힘 새로운 삶과 죽음의 반복 반복 + 인물·사건의 연결
중심 질문 다음 삶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 반복된 죽음들이 이재에게 무엇을 남기는가

원작의 숫자를 단순히 축소한 것만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드라마는 12번의 죽음을 시계 이미지와 연결해 남은 기회가 줄어드는 카운트다운처럼 시각화합니다.

제목의 변화도 흥미롭습니다.

웹툰의 〈이제 곧 죽습니다〉에서 드라마의 〈이재, 곧 죽습니다〉로 바뀌면서 평범한 부사 ‘이제’가 주인공 이름 ‘이재’가 됩니다.

“이제 곧 죽습니다”와 “이재, 곧 죽습니다.”

소리는 비슷하지만 후자는 죽음이 특정 인물에게 내리는 선고처럼 읽힙니다. 반복되는 죽음이라는 추상적인 설정을 최이재 개인의 이야기로 집중시키는 변화입니다.

가장 중요한 각색은 ‘횟수’가 아니라 ‘연결’이다

드라마의 구조적 변화에서 더 중요한 것은 몇 번 죽느냐보다 각각의 삶이 서로 얼마나 강하게 연결되어 있느냐입니다.

초반에는 이재가 들어가는 몸들이 서로 무관해 보입니다. 시청자는 이재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몸에 대한 제한된 정보만 갖고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앞서 지나간 삶에서 본 인물과 사건이 다른 삶에서 다시 나타납니다. 태강그룹을 둘러싼 사건과 박태우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이 여러 죽음을 관통하면서, 처음에는 우연처럼 보였던 사건들이 하나의 인과관계 안으로 들어옵니다.

이 순간 드라마의 관람 방식도 변합니다.

초반의 질문이 “이번에는 누구의 몸인가?”였다면 중반 이후에는 “이 사람이 앞에서 본 사건과 어떻게 연결되는가?”가 됩니다.

독립된 에피소드의 재미가 퍼즐을 맞추는 재미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이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이재가 몸을 바꿔도 이야기 자체는 초기화되지 않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기억을 가진 이재가 여러 삶을 하나로 만든다

몸은 계속 바뀌지만 이재의 기억은 이어집니다.

이 설정은 원작과 드라마 모두의 기본 장치이지만, 드라마에서는 장기 서사를 묶는 접착제 역할이 더욱 커집니다.

첫 번째 삶의 경험이 두 번째 삶에서 판단의 근거가 되고, 실패는 다음 선택을 바꿉니다. 이전 몸에서 만난 사람이 새로운 몸의 삶과 연결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각각의 환생을 완전히 독립된 이야기라고 볼 수 없습니다.

몸은 리셋되지만 경험은 리셋되지 않습니다.

게임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캐릭터는 계속 바뀌지만 플레이어는 이전 판의 정보를 기억합니다. 처음에는 생존 방법조차 모르는 이재가 반복을 거치면서 죽음의 규칙과 주변 인물의 관계를 학습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반복은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주인공을 변화시키는 과정이 됩니다.

‘다른 사람의 죽음’이 ‘이재의 삶’으로 바뀌는 순간

초기의 이재에게 새로운 몸은 일종의 기회입니다.

다른 사람의 인생에 들어갔지만 가장 중요한 목표는 자신이 살아남는 것입니다. 몸의 원래 주인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보다 예정된 죽음을 피할 수 있는지가 먼저입니다.

그러나 반복이 계속되면서 관점이 달라집니다.

한 사람의 죽음은 그 사람만의 사건이 아닙니다. 가족과 연인, 친구와 동료가 남습니다. 이재가 잠시 빌려 쓰는 것처럼 생각했던 각각의 몸에는 이미 누군가와 맺어 온 관계가 존재합니다.

드라마는 이 관계의 파장을 앞뒤 에피소드에 걸쳐 보여주면서 ‘죽음 하나가 끝나면 다음 이야기로 이동한다’는 구조를 흔듭니다.

죽음은 종료 버튼이 아니라 다음 사람에게 영향을 전달하는 사건이 됩니다.

여기에서 여러 번의 죽음이 비로소 하나의 삶에 관한 이야기로 묶입니다.

이지수의 비중 확대가 필요한 이유

드라마에서 이지수는 단순한 연애 상대 이상의 구조적 기능을 갖습니다.

몸이 계속 바뀌는 작품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주인공의 정체성을 어떻게 유지하느냐입니다. 배우가 바뀌면 얼굴과 목소리, 직업과 환경까지 달라집니다. 최이재를 연기하는 서인국이 프레임 밖으로 물러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청자가 감정적으로 따라갈 중심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때 이지수처럼 이재의 원래 삶과 연결된 인물은 여러 환생을 하나의 감정선에 묶어 줍니다.

이재가 어떤 몸에 있든 그가 과거에 사랑했고 잃었던 관계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새로운 삶이 단순한 생존 게임이 아니라 원래 최이재였던 사람의 선택과 후회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장치가 됩니다.

따라서 드라마가 원작보다 관계를 강화한 것은 로맨스를 추가하기 위한 선택만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배우와 몸이 계속 교체되는 이야기에서 정서적 연속성을 확보하는 각색 방식이기도 합니다.

여러 배우를 쓰면서도 주인공은 한 명이어야 했다

〈이재, 곧 죽습니다〉의 캐스팅은 작품 구조와 직접 연결됩니다.

보통 드라마에서 주연 배우가 바뀌면 다른 인물이라고 받아들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정반대입니다. 외모가 완전히 다른 배우들을 보면서도 시청자는 그 안에 최이재가 있다고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반복되는 정보입니다.

  • 이재가 유지하는 기억
  • ‘죽음’과의 규칙
  • 이전 삶에서 얻은 정보
  • 반복해서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
  • 이재의 선택이 다음 삶에 미치는 결과

이 요소들이 누적되면서 배우가 바뀌어도 서사의 주어는 계속 ‘최이재’로 남습니다.

동시에 각각의 배우에게는 자신의 에피소드를 끌어갈 충분한 개성이 필요합니다. 결국 이 드라마의 연기 구조는 한 캐릭터를 여러 배우가 똑같이 흉내 내는 방식보다, 서로 다른 인간의 조건 안에서 동일한 기억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웹툰의 ‘스크롤’을 영상의 ‘교차편집’으로 바꾸다

웹툰과 드라마는 시간을 전달하는 방식부터 다릅니다.

웹툰에서는 독자가 스크롤을 내립니다. 컷 사이의 간격과 다음 화로 넘어가는 경계가 시간과 긴장을 조절합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할 때 에피소드를 분리하기도 쉽습니다.

영상에서는 다른 선택지가 생깁니다.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를 빠르게 교차할 수 있고, 과거 장면을 다시 보여주거나 이전에는 의미를 알 수 없었던 장면을 새로운 정보와 함께 재해석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재, 곧 죽습니다〉는 이 영상적 장점을 이용해 여러 삶의 연결성을 높입니다.

처음 볼 때는 지나가는 정보였던 장면이 뒤에서 원인이나 결과로 돌아오면 시청자는 앞선 에피소드를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이야기는 앞으로 진행되지만 이해는 과거로 되돌아갑니다.

이 구조 덕분에 반복되는 죽음은 일렬로 놓인 사건이 아니라 서로 원인과 결과를 주고받는 네트워크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

화려한 액션과 VFX도 구조를 보여주는 수단이다

드라마는 웹툰보다 시각적으로 훨씬 큰 규모의 죽음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비행기 추락이나 고공 낙하처럼 실사 촬영만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도 포함됩니다.

실제로 덱스터스튜디오는 이 작품의 VFX와 DI 작업에 참여했다고 밝혔으며, 작품이 서로 다른 환경과 판타지 공간을 오가는 만큼 시각효과의 비중도 컸습니다. 덱스터스튜디오 제작 관련 공식 자료

하지만 이런 볼거리가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단순히 죽음을 크게 보여주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삶이 바뀔 때마다 공간과 장르, 위험의 규모가 달라지면서 시청자는 ‘또 다른 인생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즉시 체감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토록 다른 세계들을 최이재의 기억과 반복되는 인물 관계가 다시 연결합니다.

시각적으로는 끊어지고, 서사적으로는 이어지는 것입니다.

원작을 그대로 옮기는 것과 원작의 구조를 옮기는 것은 다르다

웹툰 원작 드라마를 이야기할 때 흔히 “원작과 얼마나 똑같은가”를 기준으로 각색을 평가합니다.

하지만 매체가 달라지면 같은 장면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 반드시 충실한 각색은 아닙니다.

〈이재, 곧 죽습니다〉에서 중요한 것은 원작의 모든 사건을 동일한 순서와 비중으로 재현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원작의 핵심적인 재미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찾아 영상의 문법으로 다시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원작에서 중요한 것은 죽을 때마다 다른 삶이 열린다는 반복 구조입니다.

드라마는 이것을 유지하면서 다음과 같이 변형했습니다.

원작에서 가져온 핵심드라마에서 강화한 방식

여러 사람의 몸으로 이동 대규모 멀티캐스팅
반복되는 죽음 강한 액션·스릴러와 시각적 차별화
이전 삶의 기억 다음 삶의 선택과 사건 해결에 적극 활용
각각 다른 인생 공통 인물과 사건으로 연결
죽음과 이재의 대립 전체 이야기를 감싸는 프레임으로 유지
삶의 가치에 대한 질문 가족·연인 등 남겨진 사람의 관점까지 확대

이런 차이를 보면 이 작품의 각색 전략이 선명해집니다.

에피소드의 독립성은 줄이고 인과관계의 밀도는 높였습니다.

결국 ‘몇 번 죽었는가’보다 중요한 질문

〈이재, 곧 죽습니다〉는 표면적으로 죽음을 반복하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얼마나 기상천외한 죽음이 등장하는지가 가장 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구조가 진행될수록 질문이 바뀝니다.

어떻게 하면 이번 죽음을 피할 수 있는가?

에서

한 사람의 죽음은 다른 사람의 삶에 무엇을 남기는가?

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이 질문의 변화가 웹툰을 8부작 드라마로 옮기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새로운 몸과 새로운 죽음만 계속 제시했다면 〈이재, 곧 죽습니다〉는 강렬한 옴니버스 판타지가 될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는 대신 각 삶의 인물과 사건을 서로 연결하고, 이재의 기억과 인간관계를 그 사이에 통과시켰습니다.

그래서 여러 배우가 등장하고 여러 인생이 시작되고 여러 번 이야기가 끝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하나의 서사가 앞으로 나아갑니다.

여러 번 죽지만, 그 죽음을 경험하는 사람은 계속 같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남는 것은 죽음의 횟수가 아니라 그 모든 죽음을 통과한 최이재가 처음의 최이재와 얼마나 달라졌는가라는 질문입니다.

그 점에서 〈이재, 곧 죽습니다〉의 실사화는 웹툰의 장면을 영상으로 복사한 각색이라기보다, 웹툰이 가진 ‘반복되는 삶’이라는 구조를 영상에 맞는 ‘연결되는 삶’의 구조로 다시 설계한 사례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