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76 남겨진 사람들은 무엇을 몰랐을까: 〈우아한 거짓말〉이 소설의 상처를 보여주는 법 남겨진 사람들은 무엇을 몰랐을까: 〈우아한 거짓말〉이 소설의 상처를 보여주는 법※ 이 글은 김려령의 장편소설 『우아한 거짓말』의 주요 사건과 결말에 관한 내용을 포함합니다.열네 살 천지가 죽는다. 남겨진 가족은 이유를 모른다. 가까운 친구라고 생각했던 아이가 있었고, 집에서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으며, 천지는 바로 전날까지도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처럼 행동했다.김려령의 『우아한 거짓말』은 바로 이 간극에서 시작합니다. 죽음이라는 결과는 누구에게나 분명하지만, 그 죽음에 이르는 동안 한 사람이 겪은 일은 주변 사람들에게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간극입니다.창비의 작품 소개 역시 『우아한 거짓말』을 천지의 죽음 이후 언니 만지가 동생이 남긴 흔적을 좇으며 진실에 다가가는 이야기로 설명합니다. 작품은 단순.. 2026. 9. 13. 소년의 독백은 어떻게 교실 밖으로 나왔나: 〈완득이〉의 성장소설 각색 소년의 독백은 어떻게 교실 밖으로 나왔나: 〈완득이〉의 성장소설 각색김려령의 소설 **〈완득이〉**와 이를 원작으로 한 이한 감독의 영화 **〈완득이〉**는 같은 인물과 사건을 공유하지만,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은 상당히 다릅니다. 소설에서 독자는 완득이의 머릿속에 가까이 붙어 그의 빈정거림과 분노, 당혹감, 자기방어를 직접 따라갑니다. 반면 영화는 그런 내면의 목소리를 인물의 행동과 표정, 대사, 공간, 그리고 다른 인물과의 관계로 바꾸어 보여줘야 합니다.따라서 〈완득이〉의 각색을 단순히 ‘소설의 내용을 영화로 옮긴 것’으로 보면 중요한 변화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핵심은 1인칭 성장소설의 독백을 어떻게 화면에서 관찰할 수 있는 사건으로 변환했는가에 있습니다.소설의 완득이는 자기 이야기를 직접 통제한다.. 2026. 9. 13. 두 사람의 내면을 배우의 얼굴로 옮기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소설과 영화 두 사람의 내면을 배우의 얼굴로 옮기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소설과 영화공지영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 이를 원작으로 한 송해성 감독의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같은 인물과 사건을 다루지만, 독자와 관객에게 인물의 상처를 전달하는 방식은 상당히 다릅니다. 소설이 문장과 시점의 이동을 통해 유정과 윤수의 내면으로 깊숙이 들어간다면, 영화는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 침묵, 공간을 이용해 그 내면을 눈앞의 감정으로 바꿉니다.이 차이를 살펴보면 소설의 영화화가 단순히 이야기를 압축하는 작업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납니다. 특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글로 설명되던 마음을 어떻게 배우의 표정으로 옮길 것인가라는 각색의 문제를 비교하기 좋은 작품입니다.소설과 영화가 공유하는 중심에.. 2026. 9. 13. 짧은 소설의 질문은 어떻게 긴 고통이 되었나: 〈밀양〉과 원작 〈벌레 이야기〉 짧은 소설의 질문은 어떻게 긴 고통이 되었나: 〈밀양〉과 원작 〈벌레 이야기〉이청준의 단편소설 **〈벌레 이야기〉**와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은 같은 사건에서 출발합니다. 아이를 잃은 어머니가 신앙에 기대고, 자신에게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을 준 가해자를 용서하려 합니다. 그런데 막상 가해자를 만나려는 순간, 그는 이미 신에게 용서받았다며 평안을 얻은 상태입니다.여기서 두 작품을 관통하는 잔인한 질문이 생깁니다.피해자가 아직 용서하지 않았는데, 누가 먼저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는가.〈벌레 이야기〉는 이 질문을 짧고 날카롭게 밀어붙입니다. 반면 〈밀양〉은 그 질문을 한 사람의 몸과 일상 속에 오래 머물게 합니다. 그래서 원작의 비극이 영화에서는 단순히 길어진 것이 아니라, ‘용서할 권리를 빼앗긴.. 2026. 9. 13. 프랑스 소설의 불륜은 어떻게 뱀파이어의 욕망이 되었나: 〈박쥐〉와 원작 〈테레즈 라캥〉 프랑스 소설의 불륜은 어떻게 뱀파이어의 욕망이 되었나: 〈박쥐〉와 원작 〈테레즈 라캥〉박찬욱 감독의 2009년 영화 **〈박쥐〉**는 흔히 에밀 졸라의 소설 **〈테레즈 라캥〉**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라고 소개됩니다. 그러나 두 작품을 나란히 놓고 보면 단순한 시대·공간의 번안과는 거리가 멉니다.1867년 프랑스 소설의 중심에는 권태로운 결혼, 불륜, 살인, 그리고 살인 이후 두 연인을 무너뜨리는 죄책감이 있습니다. 반면 〈박쥐〉는 그 구조 위에 가톨릭 사제와 뱀파이어, 피에 대한 갈증, 육체적 쾌락, 구원과 죄라는 전혀 다른 장치를 얹습니다.흥미로운 것은 이 변화가 원작의 욕망을 지워버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눈에 보이는 육체의 문제로 바꾼다는 점입니다.〈테레즈 라캥〉에서 억눌린 욕망이 살인을 낳는다면,.. 2026. 9. 13. 영국 저택을 식민지 조선으로 옮기면: 〈아가씨〉가 소설 〈핑거스미스〉를 바꾼 법 영국 저택을 식민지 조선으로 옮기면: 〈아가씨〉가 소설 〈핑거스미스〉를 바꾼 법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2016)는 세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Fingersmith)〉(2002)를 원작으로 합니다. 그런데 두 작품을 나란히 놓고 보면 단순히 등장인물의 국적과 시대만 바꾼 각색이라고 설명하기 어렵습니다.원작의 무대는 빅토리아 시대 영국입니다. 영화는 이야기를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으로 옮겼습니다. 이 이동으로 원작의 핵심이었던 계급, 사기, 욕망, 여성 간의 사랑에 식민지 지배와 민족, 언어, 문화적 모방이라는 새로운 권력관계가 들어옵니다.박찬욱은 원작의 반전 구조를 상당 부분 보존하면서도, 그 구조를 작동시키는 사회적 조건을 바꿨습니다. 그래서 〈아가씨〉를 이해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2026. 9. 13.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