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76 피를 팔아 지킨 가족의 무대가 바뀌다: 〈허삼관〉이 중국 소설을 한국으로 옮긴 법 피를 팔아 지킨 가족의 무대가 바뀌다: 〈허삼관〉이 중국 소설을 한국으로 옮긴 법위화(余華)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와 하정우 감독의 영화 〈허삼관〉에는 똑같이 가족을 위해 피를 파는 남자가 등장합니다. 주인공의 이름도 허삼관이고, 아들 일락을 둘러싼 친자 문제와 가난 속에서 반복되는 매혈도 이야기의 중심에 있습니다.그런데 두 작품을 나란히 놓으면 상당히 다른 이야기가 보입니다. 단순히 중국인 등장인물을 한국인으로 바꾸고 중국의 풍경을 한국의 풍경으로 옮긴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1995년 발표된 위화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한국 영화 〈허삼관〉은 2015년 개봉했습니다. 관련 비교 연구에서는 이 각색에서 원작의 중국 현대사와 권력에 대한 풍자가 상당 부분 줄어들고, 대신 아버지와 가족의 이야기가 전면에 .. 2026. 9. 15. 한집에 모인 실패한 어른들은 어떻게 가족이 될까: 〈고령화 가족〉의 소설 각색 한집에 모인 실패한 어른들은 어떻게 가족이 될까: 〈고령화 가족〉의 소설 각색마흔이 넘었는데 직업도, 돈도, 결혼생활도 제대로 남지 않았다. 갈 곳이 없어진 남자는 결국 엄마에게 돌아간다. 그런데 먼저 돌아와 눌러앉은 형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한 여동생까지 딸을 데리고 들어온다.천명관의 장편소설 『고령화 가족』은 이렇게 독립해야 할 나이를 훌쩍 넘긴 자식들이 다시 부모의 집에 모이는 상황에서 출발합니다. 문학동네에서 2010년 출간된 이 작품은 2013년 송해성 감독의 동명 영화로 각색됐습니다. 한국영상자료원 자료에서도 원작을 천명관의 소설로 명시하고 있으며, 영화는 원작 출간 약 3년 뒤 만들어졌습니다.표면적으로는 ‘나잇값 못하는 어른들의 동거 코미디’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소설과 영화가 계속.. 2026. 9. 14. 문장으로 읽던 치욕을 침묵으로 보여주다: 〈남한산성〉이 소설을 영상으로 옮긴 법 문장으로 읽던 치욕을 침묵으로 보여주다: 〈남한산성〉이 소설을 영상으로 옮긴 법김훈의 소설 《남한산성》과 황동혁 감독의 영화 〈남한산성〉은 같은 역사적 사건을 다룹니다. 1636년 병자호란, 남한산성에 고립된 인조와 조정, 청과 싸울 것인가 화친할 것인가를 둘러싼 논쟁, 그리고 삼전도의 굴욕까지 큰 줄기는 같습니다.하지만 소설을 읽은 뒤 영화를 보면 흥미로운 차이가 하나 생깁니다. 소설에서 문장으로 오래 머물던 치욕과 공포가 영화에서는 말보다 침묵, 얼굴, 거리, 소리로 전달된다는 점입니다.이 차이는 단순히 원작을 줄여서 영화로 만든 결과가 아닙니다. 문자와 영상이라는 서로 다른 매체가 같은 사건을 표현하는 방식의 차이에 가깝습니다. 〈남한산성〉은 소설의 문장을 그대로 재현하려 하기보다, 문장이 수행하던.. 2026. 9. 13. 감춰진 관계를 화면에 드러내면: 〈백야행〉 소설과 한국 영화의 차이 감춰진 관계를 화면에 드러내면: 〈백야행〉 소설과 한국 영화의 차이※ 소설과 2009년 한국 영화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의 핵심 설정과 결말을 언급합니다.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백야행〉**과 이를 원작으로 한 한국 영화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는 같은 비극에서 출발합니다. 어린 시절의 사건으로 연결된 두 사람이 오랜 세월 서로의 빛과 그림자처럼 살아간다는 이야기입니다.그런데 두 작품을 나란히 보면 가장 큰 차이는 사건 자체보다 두 사람의 관계를 관객에게 얼마나 보여주느냐에 있습니다.소설은 주인공인 료지와 유키호를 이야기의 중심에 두면서도 두 사람의 내면과 관계를 거의 직접 보여주지 않습니다. 반면 한국 영화는 미호와 요한의 관계를 영상과 행동으로 구체화합니다.이 차이 하나.. 2026. 9. 13. 수학자의 사랑은 어디까지 설명되어야 할까: 〈용의자X〉가 원작의 추리를 옮긴 법 수학자의 사랑은 어디까지 설명되어야 할까: 〈용의자X〉가 원작의 추리를 옮긴 법방은진 감독의 영화 〈용의자X〉(2012)를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용의자 X의 헌신》**과 나란히 놓으면 흥미로운 차이가 하나 보입니다. 두 작품은 거의 같은 질문에서 출발하지만, 관객에게 그 질문을 전달하는 방법은 상당히 다릅니다.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해 어디까지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선택은 논리로 설명될 수 있는가.원작은 이 질문을 정교한 추리의 구조 속에 숨겨 놓습니다. 반면 한국 영화 〈용의자X〉는 추리의 일부를 덜어내고 그 자리에 석고라는 인물의 감정과 화선과의 관계를 더 많이 보여줍니다.그래서 이 영화의 각색을 평가하려면 단순히 "원작의 트릭을 얼마나 충실하게 옮겼는가"만 볼 수 없습니다... 2026. 9. 13. 사라진 여자를 찾는 시선은 어떻게 달라졌나: 〈화차〉의 한국식 각색 사라진 여자를 찾는 시선은 어떻게 달라졌나: 〈화차〉의 한국식 각색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화차》와 변영주 감독의 영화 〈화차〉는 같은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결혼을 앞둔 여자가 갑자기 사라지고, 그녀를 찾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던 이름과 과거가 모두 거짓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그러나 두 작품이 사라진 여자를 바라보는 방법은 상당히 다릅니다.원작이 한 여성의 흔적을 조사하면서 신용사회의 구조적 폭력을 밝혀가는 사회파 미스터리에 가깝다면, 2012년 한국 영화는 그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그녀를 사랑했다고 믿었던 남자’의 시선과 사라진 여성의 육체적 존재감을 전면에 내세웁니다.이 차이는 단순한 현지화가 아닙니다. 1990년대 일본의 이야기를 당시 한국 사회로 옮기기 위해 누가 여자를 찾는가, 관객.. 2026. 9. 13. 이전 1 ··· 6 7 8 9 10 11 12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