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76 관리인의 시선을 지우면 공포는 어떻게 달라질까: 〈도어락〉의 한국식 리메이크 관리인의 시선을 지우면 공포는 어떻게 달라질까: 〈도어락〉의 한국식 리메이크※ 이 글은 〈슬립 타이트〉와 〈도어락〉의 주요 설정과 범인의 정체를 포함한 스포일러를 다룹니다.2018년 이권 감독의 〈도어락〉은 스페인 스릴러 〈슬립 타이트〉(Mientras duermes, 2011)를 원작으로 한다. 두 작품 모두 공동주택의 관리 업무를 맡은 남성이 거주 여성의 사적 공간을 침범한다는 핵심 아이디어를 공유하지만, 관객이 사건을 바라보는 위치는 정반대다.원작은 처음부터 관리인 세사르의 곁에 관객을 세운다. 반면 〈도어락〉은 그의 자리에 피해자 경민을 놓는다. 이권 감독 역시 처음에는 원작처럼 범죄자의 시점으로 영화를 만들고 계급 문제를 다루려 했지만, 각색 과정에서 피해 여성을 주인공으로 바꿨다고 밝혔다.이 .. 2026. 9. 27. 법정의 반전보다 아버지의 침묵을 택하다: 〈침묵〉과 중국 원작의 차이 법정의 반전보다 아버지의 침묵을 택하다: 〈침묵〉과 중국 원작의 차이※ 이 글에는 〈침묵〉과 원작 〈침묵의 목격자〉의 결말을 포함한 핵심 스포일러가 있습니다.정지우 감독의 2017년 영화 〈침묵〉은 중국 영화 〈침묵의 목격자〉(全民目击, Silent Witness)를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중국 원작은 2013년 제작돼 한국에서는 2014년 개봉했고, 한국판은 최민식·박신혜·류준열·이하늬·이수경 등이 출연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역시 〈침묵〉을 페이싱 감독의 2013년 중국 영화 〈Silent Witness〉의 리메이크로 소개하고 있습니다.두 영화의 출발점은 거의 같습니다. 거물급 사업가의 약혼녀가 죽고,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그의 딸이 지목됩니다. 막대한 재력을 가진 아버지는 딸을 구하려 하고, 법정에.. 2026. 9. 27. 조제의 세상을 다시 그리다: 일본 영화와 한국판 〈조제〉의 거리감 조제의 세상을 다시 그리다: 일본 영화와 한국판 〈조제〉의 거리감※ 이 글에는 두 영화의 주요 전개와 결말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2003년 이누도 잇신 감독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과 2020년 김종관 감독의 **〈조제〉**는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합니다. 다리가 불편해 집 안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살아온 조제와, 우연히 그의 삶에 들어온 한 남자의 사랑입니다.그러나 두 영화를 연달아 보면 같은 이야기를 다시 찍었다는 느낌보다 조제와 세상 사이의 거리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측정한 두 편의 영화라는 인상이 강합니다.일본판은 조제를 세상 속으로 끌어내면서 사랑의 욕망과 이기심, 불편함까지 비교적 거칠게 드러냅니다. 반면 한국판은 조제의 내부로 더 오래 들어가고, 인물과 인물 .. 2026. 9. 27. 돌아온 아내를 기다리는 마음은 같을까: 일본판과 한국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 돌아온 아내를 기다리는 마음은 같을까: 일본판과 한국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1년 뒤, 비가 내리는 계절에 그녀가 돌아온다. 다만 남편도 아이도 기억하지 못한다.일본 영화 **〈いま、会いにゆきます〉(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이를 다시 만든 한국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이 거의 동일한 출발점에서 시작합니다. 그래서 줄거리만 놓고 보면 두 영화는 아주 가까워 보입니다.하지만 두 작품을 연이어 보면 묘한 차이가 생깁니다. 일본판에서 기다림은 ‘사라진 사람의 빈자리’를 견디는 마음에 가깝고, 한국판에서 기다림은 ‘다시 함께 살고 싶은 사람’을 향한 마음에 조금 더 가깝습니다.같은 비가 내리고 같은 사람이 돌아오지만, 그 비를 바라보는 방식은 꽤 다릅니다.※ 아래 .. 2026. 9. 27. 동네 바보의 웃음은 어떻게 간첩의 비극이 되었나: 〈은밀하게 위대하게〉 웹툰과 영화 동네 바보의 웃음은 어떻게 간첩의 비극이 되었나: 〈은밀하게 위대하게〉 웹툰과 영화초록색 운동복을 입고 골목을 어슬렁거리는 동네 바보 방동구. 아이들에게 돌을 맞고, 사람들 앞에서 우스꽝스럽게 넘어지며, 슈퍼집 아주머니의 잔소리를 듣고 사는 청년입니다.하지만 그의 진짜 이름은 원류환입니다. 북한의 남파특수공작부대 5446부대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은 최정예 요원이라는 설정이지요.HUN(최종훈)의 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강렬했던 이유는 바로 이 극단적인 두 얼굴에서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최정예 간첩이 동네 바보 행세를 한다'는 상황 자체가 웃음을 만듭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 웃음은 조금씩 불편해지고, 마지막에는 비극의 일부가 됩니다.이 작품의 핵심은 간첩이 얼마나 강한가에 있지 않.. 2026. 9. 23. 그림으로는 멋진데 실사로도 통할까: 〈패션왕〉이 웹툰의 과장을 옮긴 방식 그림으로는 멋진데 실사로도 통할까: 〈패션왕〉이 웹툰의 과장을 옮긴 방식웹툰에서 인물이 옷을 갈아입는 순간 세상이 뒤집히는 것은 그리 이상하지 않습니다. 갑자기 바람이 불고, 표정 하나에 주변 사람들이 얼어붙고, 옷차림만으로 평범했던 학생이 학교의 중심인물이 됩니다. 그림에서는 독자도 자연스럽게 그 과장에 올라탑니다.그런데 같은 장면을 실제 배우가 연기하면 문제가 달라집니다.그림으로 볼 때는 멋있고 웃겼던 과장이 실사에서는 어색하거나 민망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2014년 개봉한 오기환 감독의 영화 〈패션왕〉은 바로 이 난제를 정면으로 받아들인 웹툰 원작 영화입니다. 기안84의 동명 웹툰에서 이야기만 가져온 것이 아니라, 원작을 원작답게 만들었던 ‘간지’, 과장, 이른바 병맛 유머의 문법까지 영화로 옮기.. 2026. 9. 22. 이전 1 ··· 4 5 6 7 8 9 10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