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176

만화의 긴 승부를 영화 한 편에 담다: 〈타짜〉가 고른 인물과 판 만화의 긴 승부를 영화 한 편에 담다: 〈타짜〉가 고른 인물과 판※ 영화 〈타짜〉와 원작 만화 1부의 주요 전개 및 결말을 다룹니다.2006년 영화 〈타짜〉를 원작 만화의 축약판이라고만 보면 각색의 핵심을 놓치기 쉽습니다. 영화는 긴 만화에서 유명한 장면을 순서대로 골라 붙인 작품이 아닙니다. 고니가 어떤 사람을 만나고, 그 만남을 거치며 욕망의 단계가 어떻게 바뀌는가를 기준으로 인물과 화투판을 다시 배열했습니다.허영만·김세영의 만화 〈타짜〉는 4부에 걸친 장편이고, 영화는 그중 고니가 중심인 **1부 ‘지리산 작두’**를 주된 바탕으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139분짜리 영화로 옮기면서도 단순히 사건을 빠르게 요약하지 않았습니다. 최동훈 감독은 영화 속 화투 장면이 모두 인물과의 만남에 연결되도록 구성했다.. 2026. 10. 3.
요리 만화의 수많은 이야기를 대결로 묶다: 영화 〈식객〉의 각색 요리 만화의 수많은 이야기를 대결로 묶다: 영화 〈식객〉의 각색허영만의 만화 〈식객〉을 영화 한 편으로 옮기는 일은 단순히 분량을 줄이는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원작은 하나의 거대한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기보다 음식과 사람을 중심으로 여러 이야기가 이어지는 에피소드형 작품에 가깝기 때문입니다.2007년 개봉한 전윤수 감독의 영화 〈식객〉은 이 문제를 성찬과 봉주의 요리 대결이라는 하나의 축을 세워 해결합니다. 원작에 흩어져 있던 음식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골라내고, 이를 요리 경연의 단계와 두 인물의 경쟁 관계 속에 다시 배치한 것입니다.영화의 각색을 이해하는 핵심도 여기에 있습니다.영화 〈식객〉은 원작의 이야기를 그대로 축약한 작품이라기보다, 여러 에피소드를 ‘대결’이라는 새로운 인과관계 안에 재조.. 2026. 10. 2.
웹툰의 느슨한 청춘을 빠른 영화로 옮기면: 〈시동〉의 인물 변화 웹툰의 느슨한 청춘을 빠른 영화로 옮기면: 〈시동〉의 인물 변화조금산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시동〉**은 가출한 택일과 사회에 먼저 뛰어든 상필이 각자의 방식으로 어른들의 세계를 경험하는 성장담입니다. 2019년 12월 18일 개봉한 영화는 박정민이 택일, 정해인이 상필, 마동석이 거석이형, 염정아가 택일의 엄마 정혜를 맡았습니다.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원작을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뜯어고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최정열 감독은 원작의 방향과 정서를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만화에서는 오래 머무를 수 있었던 인물의 상태와 관계를 영화의 제한된 시간 안에서 더 빨리 읽히도록 바꿨습니다.그래서 웹툰과 영화를 비교할 때 단순히 “무엇이 삭제됐는가”보다 인물이 어떤 기능을 하도록 재배치됐는가를 살펴보는.. 2026. 10. 1.
소설이 고발한 학교는 영화에서 어떻게 보였나: 〈도가니〉의 원작 각색 소설이 고발한 학교는 영화에서 어떻게 보였나: 〈도가니〉의 원작 각색※ 소설과 영화의 주요 내용 및 결말 일부를 다룹니다.공지영의 장편소설 『도가니』와 황동혁 감독의 영화 〈도가니〉를 나란히 놓고 보면, 같은 사건을 다루면서도 ‘학교’를 보여주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점이 두드러집니다.소설에서 자애학원은 한 학교의 비리를 넘어 무진이라는 도시 전체에 퍼진 침묵과 유착을 드러내는 출발점에 가깝습니다. 반면 영화는 그 학교의 복도, 화장실, 교실, 기숙 공간과 닫힌 문을 눈앞에 보여주면서 폭력이 일상적으로 작동하는 폐쇄된 공간으로 자애학원을 각인시킵니다.이 차이는 단순히 글을 영상으로 옮긴 결과가 아닙니다. 영화 〈도가니〉의 각색은 소설에 담긴 사회 고발을 압축하면서, 관객이 사건을 ‘알게 하는 것’에서 한 걸.. 2026. 9. 30.
50년이 지나 다시 들어간 저택: 두 편의 〈하녀〉가 그린 계급과 욕망 50년이 지나 다시 들어간 저택: 두 편의 〈하녀〉가 그린 계급과 욕망1960년 김기영의 〈하녀〉와 2010년 임상수의 〈하녀〉 사이에는 정확히 50년이 놓여 있습니다. 두 영화 모두 한 가족의 집에 들어온 하녀와 남자 주인의 관계가 파국을 불러온다는 설정을 공유하지만, 누가 누구를 위협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거의 반대되는 답을 내놓습니다.1960년의 집은 이제 막 중산층의 삶에 올라서려는 가족의 불안한 성채입니다. 반면 2010년의 저택은 이미 막대한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외부인을 마음대로 받아들이고 내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같은 ‘하녀’라는 인물이 1960년에는 가족 질서를 뒤흔드는 위험한 존재로 나타나는 반면, 2010년에는 그 질서가 얼마나 잔혹하게 약자를 처리할 수 있는지를 보.. 2026. 9. 29.
같은 제목, 달라진 도시와 이별: 1966년작과 2010년작 〈만추〉 비교 같은 제목, 달라진 도시와 이별: 1966년작과 2010년작 〈만추〉 비교영화 **〈만추〉**의 뼈대는 단순합니다. 감옥에서 잠시 세상으로 나온 여자와 쫓기는 남자가 우연히 만나고, 두 사람에게 허락된 짧은 시간이 끝나면서 헤어집니다.1966년 이만희 감독의 〈만추〉와 2010년 김태용 감독의 〈만추〉는 이 기본 구조를 공유합니다. 하지만 두 작품 사이에는 40년이 넘는 시간이 놓여 있고, 인물들이 걷는 도시도 달라졌습니다. 원작의 한국 도시 공간은 창경원·서울역·송도 등 1960년대의 풍경과 연결되고, 김태용의 영화는 안개가 내려앉은 미국 시애틀로 무대를 옮깁니다.그래서 두 〈만추〉를 비교할 때 중요한 것은 어느 작품이 원작에 더 충실한가만이 아닙니다.1966년의 〈만추〉가 ‘돌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 2026. 9. 28.